【서울=뉴시스】양소리 기자 = 올해 11월4일, 유럽 여성들의 무급 근로가 시작됐다.

실제로 급여가 나오지 않는다는 뜻은 아니다. 유럽연합(EU) 회원국의 성별 임금격차 평균이 16%임을 감안하면 지난 4일부터 여성의 노동은 제대로 된 가치를 받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4일은 연말까지 16%가 남은 시점이다.

유럽전문 매체 유로뉴스는 4일(현지시간) 동일임금의 날(Equal pay day)을 맞아 성별 임금격차의 원인과 유럽각국의 상황을 비교 보도했다.

EU 회원국 사이에서도 성별 임금격차 수준은 천차만별이다.

2017년 기준 성별 임금격차가 가장 적은 곳은 루마니아(3.5%)다. 에스토니아의 남녀 임금 격차는 25.6로 가장 크다.

독일은 21%로 EU 회원국 중 3위다. 프랑스는 15.4%로 EU 회원국 중 10위다.

유로뉴스는 각국 성별 임금격차가 미세하게 변동하고 있음에도 평균 격차 16%라는 수치는 지난 5년간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고 전했다.

남성과 여성의 임금 격차는 단순한 문제가 아니다.

가장 주된 원인으로는 여성의 양육이 꼽힌다. 출산 후 여성이 제1 양육자가 되면서 소득이 사라지고 다시 일자리로 돌아갔을 때는 예전보다 임금 수준이 낮은 산업군에서 일하게 될 비율이 높다.

성별 임금격차가 40세를 기준으로 확대되는 이유도 양육으로 인한 경력단절에 있다.

영국통계청이 올해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40세 이상의 남성과 여성 사이에서는 여전히 큰 폭의 임금격차가 남아있는 반면 40세 미만의 연령층에서는 격차가 0으로 줄어든다.

영국통계청은 "40세 이상의 여성들은 저임금 직군에서 일할 가능성이 높아진다"며 "이들은 젊은 여성들에 비해 관리자, 감독직, 고위직으로 일할 기회가 적다"고 분석했다.

여성에 대한 유리천장도 원인이다. 임금 수준이 높은 자리에 여성이 오를 기회가 적다. 설사 이들이 승진에 성공하더라도 같은 직급의 남성보다 급여가 낮은 경우가 대부분이다.

성별 임금격차 문제를 꼬집기 위해 독일의 한 기차 회사는 "독일 여성이 남성보다 21% 낮은 임금을 받는다"며 여성을 상대로 티켓 가격을 21% 할인한 '프라우엔티켓(Frauentickets)'을 판매했다. 프라우엔티켓을 구매한 남성에 60유로(약 7만7000원)의 벌금을 물리기도 했다.

한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통계에 따르면 2017년 우리나라의 성별 임금격차는 34.6%다.

유럽과 같은 방식으로 계산하면 한국의 여성은 지난 8월26일부터 무급 근로를 시작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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